지구와 나를 이롭게 하는 수세미
저는 아직 식기세척기가 없어요. 조만간 사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고는 있지만, 성격이 좀 꼼꼼한 편이라 내 손을 거쳐서 깨끗하게 씻는 모습을 봐야 좀 안심을 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식기 세척 수세미를 고르는데 관심이 많아요.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아크릴이나 합성 플라스틱 수세미 중에 내구성이 좋고 찌든 때를 없애 줄 만큼 스크럽 기능이 좋은 제품을 찾았던 것 같아요. 3M과 같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 제품도 써봤고, 국내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아크릴 수세미도 사용했었습니다.
이러한 합성 플라스틱 수세미는 설거지 도중 마찰로 쪼개진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생됩니다. 즉,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식기에 붙어 몸 속까지 침투하게 됩니다. 또한 이런 합성 플라스틱 수세미는 기름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기름기가 많은 식기를 세척할 때는 기름기가 잘 안가시고 미끌미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아크릴 수세미 자체에 기름기를 계속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능만 따졌지 이 제품들이 우리 몸에 안전한 것인지, 그리고 지구에게 안전한 것인지 별로 따져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금방 요리한 음식을 담은 그릇에 크게 파편처럼 떨어진 플라스틱 섬유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걸 먹었으면 어쩔뻔 했나 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2년 전 부터 다양한 소위 말하는 ‘Eco-friendly, Natural, Biodegradable, and zero waste’ 의 기준에 만족하는 식기 세척 수세미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3년 전만에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친환경 수세미들이 플라스틱 프리의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 되고, 제로 웨이스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크고 작은 다양한 브랜드 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작은 개인이 홈메이드로 제작해서 파는 작은 인터넷 스토어부터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들까지 이제는 손쉽게 친환경 수세미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크게 ‘국내 천연 수세미’ , ‘ 삼베 수세미’ ‘ 코코넛 과육 수세미’ 3가지 제품을 돌려가며 쓰고 있어요. 제품마다 호불호가 있어서 애정도도 다르긴 하지만, 세 제품의 경험을 스테이튠에서 같이 공유해보자 합니다.
국산 천연 수세미
우선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잘 쓰는 천연 수세미에요. 구매는 항상 한살림에서 하고 있어요.
국산 천연 수세미는 기름을 흡수하지 않아서 기름기가 많은 그릇과 주방용품 등을 설겆이 하기 좋고, 통기성이 좋아서 세균이 잘 생기지 않아 따로 삶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는 한살림에서 제 팔길이 만한 천연수세미를 3-4개를 한꺼번에 구매해서 집에서 가위로 제가 원하는 사이즈와 굵기로 재단을 합니다. 수세미가 좀더 두껍고 폭신하기를 원한다면 길이만 조정해주시면 되고, 얇고 가볍게 사용하고 싶으시면 안의 심지를 잘라주시면 됩니다.
길이 조정을 하다가 가끔 끝 꼭지 얇은 부분만 남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따로 주방 싱크대 청소용으로 분리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천연 수세미는 그릇 뿐 아니라 싱크대, 가스렌지 청소에도 유용하게 잘 쓰일 수 있거든요.
알맞는 사이즈로 재단을 하고 나면 끓는 물에 3분 정도 삶으면 수분을 잘 머금고 더 부드러워집니다. 이때 베이킹 소다를 넣어주셔도 되고 따로 끓이지 않고 곧장 쓰셔도 상관 없습니다.
수세미는 조직의 특성상 통풍도 잘 되고 항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균에 상대적으로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2주에서 한달 정도 사용이 가능한 것 같아요.(저는 매달 1일에 수세미를 교체해요.)
가끔 너무 수세미의 색이 어둡거나 더러워 보여서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으시던데, 사실 그 색깔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셔도 되요. 천연 100% 그대로 수세미를 따로 가공 처리 하지 않기 때문에 어둡고 오염된 색을 보일 수 있습니다. 너무 깨끗한 수세미는 형광증백제 처리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참, 천연 수세미를 쓰실 때는 원산지가 국내인지, 중금속 (납, 카드뮴, 수은 등) , 형광증백제가 쓰이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부 제조사들이 중금속, 형광증백제 불검출 인증서를 공유하고 있으니 꼼꼼히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루파’를 원료로 썼다는 천연 수세미를 발견하실 수도 있는데, 루파는 국내가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수세미 종이랍니다. 가끔 제가 시장에서 발견하는 루파 수세미가 너무 예쁘게 하얀색을 띄고 있어, 그냥 구수한 색깔의 국내 수세미를 쓰고 있어요.
삼베 수세미
작년에 마르쉐 시장을 갔다가 삼베 수세미를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한참 삼베 수세미를 구경하고 있는데 수세미를 만드시는 농부님께서 저를 보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이거 쓰면 세척비누 안써도 되는거 아시죠?”
삼베는 그물망의 모양과 조직 구조 때문에 가벼운 기름기는 세제 없이 다 닦인다고 말씀을 주시더라구요. 게다가 삼베는 재배 시, 따로 농약을 사용하거나 살충제 및 독성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마 자체에 항균, 항독, 방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사용할 때는 솔직히 삼베 특유의 냄새가 너무 심했어요. 그래서 3-4번 썼지만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았고 그릇에도 잔향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베이킹소다에 한번 삶아 사용했더니 냄새가 많이 사라져서, 그 경험으로 노하우를 하나씩 얻어가고 있어요. 삼베는 실로 직접 니팅(knitting)을 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구요. 저는 예고은 삼베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은 특유의 향이 나지 않고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코코넛 과육 수세미
코코넛 스크럽은 코코넛 열매 껍질을 기본 재료로 합니다.코코넛 나무의 열매를 따서, 쥬스를 빼먹고 남은 껍데기 (husk)를 일정 기간을 물을 불린 후, 그리고 일정 기간 햇볕에 말려서 약간의 가공을 하면 껍데기에서 실뭉치 원사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코이어(Coir)라고 합니다. 이 코이어를 이용해서 만든 수세미가 코코넛 스크럽입니다.
코이어만 사용해서 만드는 수세미도 있지만, 표면이 거친 편이라 좀더 부드러운 재질의 셀룰로오스와 함께 부착해서 생산하기도 하는데 제가 사용했던 넬리스의 제품이 그런 구성이었어요.
셀루로오스는 고등식물 세포막의 주성분이라, 나무에서 추출해서 이를 직조 및 제조하는데 확실히 부드러워서 수세미 이외에 행주나 바디 스크럽 등으로 많이 제조 되고 있습니다.넬리스의 제품은 중국에서 제조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구성이나 세척력이 우수하여 만족했던 제품입니다.
이 외에 아직 제가 써보진 않았지만, 식물성 전분에서 추출한 생분해성 소재인 PLA (Poly Lactic Acid)를 사용하여 수세미 및 샤워 퍼프를 만드는 국내 기업 브랜드들도 있으니 친환경 수세미를 선택하실 때 같이 고민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모두 안전하고 건강한 설거지 생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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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Zero waste stores are exponentially growing and supermarket chains follow plastic-free trend – Zero Waste Living Lab
제로웨이스트클럽: Zero Waste Club , 예고은 삼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