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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꾸는 꿈, 우리는 뭘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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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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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가까워진 환자는 사실 간 기능이나 심장의 기능 상태에 연연해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문제와는 상관없는. 역설적이게도, 전혀 다른 긍정적인 경험을 하죠.”
– Hospice Physician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전문 의사를 말한다) Christopher Kerr, MD, PhD

Art: Rune Guneriussen, Evolution #02, 2005

Christopher Kerr는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을 연구하고, 인터뷰합니다. 그의 책 Death Is But a Dream에는 그가 맡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죠. 그와 그의 팀이 옆에서 지켜본 죽음은 아주 놀랍습니다. 그의 환자들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며칠, 몇 주, 몇 달 동안 생생한 꿈 혹은 일종의 환상을 경험했다고 해요. 사랑했던 이들과 재회하는 꿈, 여행하는 상징적인 꿈, 반대편 세계에서의 환영 등을 말이죠. 심지어 트라우마를 일으킬만한 충격적인 환상조차도 용서나 초월의 기회로 이어져 마음에 편안한 위안을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Kerr는 우리가 새로운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해요. 죽음에는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죽음과 가까워지며 경험하는 환상은 죽음이 ‘상실’과는 반대되는 개념이자 오히려 삶의 ‘긍정’이라고 말해준다고 해요.

그와의 인터뷰를 살펴볼게요.

image: TED talk에서 강의하는 Christopher Kerr의 모습

Q:

꿈과 근사 환상 predeath visions은 증명하기가 어려운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말기 환자 치료 보호소에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죽음의 과정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어요. 죽음은 ‘장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삶의 끝에는 우리가 평상시에는 보지 못하는 물리적이고 경험적인 측면이 있어요. 우리는 보이는 것이 곧 믿는 것인 세상에서 살고 있죠.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있어야 함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의 연구를 시작했어요.

연구를 증명하는 것은 ‘증명’이란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우리는 사랑, 두려움, 우울과 같은 추상적인 것을 증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것이 실제 인간의 경험이며, 측정할 수 있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요. 우리는 환자들의 죽음에 대한 경험을 연구하기 위해 설문지를 만들었어요. 환자들에게 죽음에 이르는 매일매일의 경험에 관해 질문하였죠. 이는 피실험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정신이 혼란스러운 환자는 배제했어요. 환자들의 인지 상태가 온전한지 생각이 명료한지 확인 후, 첫 번째 연구에서 약 500개의 개별 인터뷰를 수집했죠.

Q:

죽음과 가까울 때 꾸는 꿈은 평상시 꿈과 어떻게 다르나요?

A:

우리가 환자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것은 ”평상시 꾸는 꿈과 달라요.”라는 말이에요. 그들은 꿈이 마치 가상현실같이 생생했다고 말해요. “나는 평상시 꿈을 잘 꾸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어요.” 이를 수치화 시키기 위해 우리는 0에서 10까지의 스케일로 매겨보았어요. ‘10이 가장 현실성이 높게 느껴졌다, 0이 가장 낮게 느껴졌다’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10을 골랐어요. 심지어 몇몇 환자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 믿기도 했죠.

우리는 이어서 꿈의 편안함 정도를 측정하였어요. 그리고 압도적으로 꿈이 편안하다는 결과가 나왔죠. 환자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근사체험을 하는 횟수가 잦아들었어요. 그리고 이전에 사랑했던 이들이 꿈속에 출연하는 횟수도 많아졌죠. 삶의 끝에 다다를수록 사랑했던 이가 출현해 압도적인 안정감과 사랑을 되돌려준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Q:

왜 몇몇 사람은 죽음에 가까워지면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만한 충격적인 환상을 겪는 걸까요?

A:

사람은 결국 죽습니다. 당신이 만약 큰 후회나 고통이 있는 삶을 살았더라면, 당신이 죽는다고 해서 그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 사건들도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요. 그 사건들은 대신 죽음을 초월할 뿐이에요. 우리는 모두 살면서 상처를 입어요. 우리 연구의 약 17%의 환자들은 이런 고통스러운 꿈을 꾸었어요. 하지만 용서와 사랑의 결실을 보아주는 꿈으로 전환되었기에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해요.

“우리는 모두 살면서 상처를 입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 실험의 한 환자분은 아들이 감옥에 있는 여성분이셨어요. 그녀는 항상 그녀가 엄마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했죠. 그녀의 임종이 가까워지자 환상 속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이 내려와 그녀는 사실 아주 훌륭하고 헌신적인 엄마였다고 일러주었데요. 그런 부류의 사랑, 용서, 온전함은 사람들이 편안히 마음을 내려놓고 영원히 잠들 수 있도록,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필요한 평화를 제공해요.

Q:

트라우마는 죽음까지 이어질까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트라우마를 겪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음 전 트라우마를 해결한 것을 보았어요. 우리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로 60-70년간 고통받는 참전용사들을 연구했어요. 그중 한 용사분은, 제 책에도 나와 있듯이, 생존자의 죄책감 Survivor Guilt로 고생을 하고 있었어요. 그는 삶의 끝에서 꾼 꿈에서 죽은 동료들이 찾아왔고, 67년간 트라우마에 붙잡혀온 본인을 용서하고 드디어 평화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Q:

꿈속에서 상징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A:

연구의 1/3의 환자들은 어디론가 가려고 준비하는 꿈, 짐을 싸는 꿈, 혹은 무언가를 타고(카누부터 비행기까지 다양했어요) 가는 꿈을 꾸었다고 해요. 그 상징적 의미는 명백하죠. 그들은 ‘전환’중인 거에요. They are in transition 재밌는 점은 환자들은 꿈을 꾸고 나서 그 꿈들이 무슨 의미였는지 분석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죽음에 이르렀을 때 꾸는 꿈과 평상시에 꾸는 꿈의 차이점은 심리치료가 더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환자들은 더 이상 분석이나 해석이 필요하지 않는 듯했어요. 그저 충분히 이해했고 더 요구하지 않았죠.

제게 꿈 해석을 부탁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어요. ‘여행의 꿈’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가이드 같은 사람이 나타나 꿈을 꾸는 사람을 동행해준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항상 사랑받고 있으며 모든 것은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Q:

환자들은 환상의 꿈속에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나요?

A:

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은 어떠한 것을 상징하는 존재였어요. 예를 들어서, 참전용사는 군인을 대표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잃었던 사람은 갓난아기를 만날 가능성이 있죠. 꼭 그들의 아기가 아니어도 말이에요. 이렇게 일종의 개인적인 의미로 연결을 지을 수 있는 암시는 항상 있었어요.

Q:

이 꿈들이 그저 환각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섬망(망상 delirium)과 현실을 어떻게 구별하죠?

A:

이 꿈들은 환각이 아니에요. 확실하게 그들의 경험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자각몽이었든 뭐든 간에 우리가 존중해야 할 것이에요.

‘삶의 끝에서 꾸는 꿈’은 섬망 delirium 과는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망상하는 사람의 생각은 통합되거나 정리되지 않아요. 왜곡되고 혼란에 빠져있죠. 망상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매우 괴로워하는데, 통찰력이 없어 눈에 헛것이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기 때문이에요. 반면 우리가 말하는 일생에 마지막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생각은 극도로 체계가 잡혀있으며, 꿈을 통해 통찰력과 위로를 받는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반대로 망상증에 걸린 사람들은 겁에 질린 고통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매우 흥분해요.

불행히도, 임종을 경험하는 많은 사람들은 치료 약을 먹음으로써 중요한 사적인 임종 경험 personal dying experience을 놓쳐요. 결국, 죽음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Art: Damien Hirst,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Q:

죽음에 대한 우리의 관점, 어떻게 다시 쌓아야 할까요?

A: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죽음이란 경험을 의도치 않게 의료화하고 “멸균”시켜버렸어요. 그렇게 우리는 죽음을 비인간적으로 만들었죠. 죽음에 다다른 사람은 사실 간 기능이나 심장의 기능을 신경 쓰지 않아요. 그들은 그것과 상관없는, 역설적이게도, 완전 다른 긍정적인 경험을 하죠.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거부하고 죽음에 저항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생물학적, 의학적으로 몸에 집착해요. 결국 약의 한계가 다다르면 사람은 죽어가고, 그때 바로 자연이 진정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죠.

사람들은 임종 침대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아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해요. 그들은 환자와 더 연결되어야 하죠. 죽음은 ‘장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죽음은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볼게요. 5살 때 어머니를 잃은 95살의 할아버지가 엄마의 향수 냄새를 맡고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이것은 ‘삶’을 뜻합니다.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죽음을 초월하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죠. 아마도 좋은 것 good things은 잃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이 중요한 이유에요. 우리는 이런 모습의 죽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건강하고, 죽음을 먼 미래로 생각할 때 우리는 죽음에 대해 특정 짐작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는 죽음을 육체적 고통과 상실, 그리고 슬픔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편안하게 죽어요. 죽음의 경험은 사실 육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만큼 극적이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죽을 때 그렇게 많은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죽음은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죠.

대다수의 환자는 그들의 몸은 사실 편안하다고 말해요. 이것을 알고 나면 죽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되죠. 우리는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해야 해요. “정신적으로 어떠신가요? 무엇을 경험하고 있나요? 안전하게 느껴지나요? 두려우세요? 외로우시나요?” 이러한 질문들이 훨씬 중요한 이유는 환자들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을 묻기 때문이에요.

Q:

죽음이 삶에 대해서 무엇을 가르쳐 주나요?

A:

우리가 살면서 겪은 모든 일은 수면위로 올라오게 되어 있고, 그것이 결국 모두 모여 우리를 정의 할 거라는 사실이에요. 또한, 아마 우리가 가장 사랑했지만 잃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사실은 정말 사라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요. 우리가 잃은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돌아와 준다는 거에요. 이것이 대부분 사람의 마지막 삶의 모습이에요.

Christopher Kerr, MD, PhD는 Hospice & Palliative Care Buffalo Research Department의 CEO이자 최고 의료 책임자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가정 기반 완화 치료 프로그램인 Home Connections와 Essential Care for Children을 개발했습니다. 그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New York Times와 Atlantic, 그리고 BBC에 실렸습니다. 그는 『Death Is But a Dream』의 저자입니다.

원본 인터뷰:
https://goop.com/wellness/health/what-we-can-learn-from-dreams-about-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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