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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만능주의가 지배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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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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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mistaken belief of Nutritionism

음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제가 먹거리와 건강한 식습관에 대하여 제법 많은 책을 읽고 관련 구루들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분은 푸드라이터인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입니다. 그는 먹거리에 대한 여러가지 책을 집필하였는데, 그 중 하나인 [In defense of food] 라는 책에서 우리의 식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푸드 사이언스 (Food Science)의 현실과 한계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음식을 바라볼때 너무 ‘영양학적’ 또는 ‘과학적’으로만 보는 것을 경계하였습니다.

Many of them come packaged with health claims that should be our first clue they are anything but healthy. In the so-called Western diet, food has been replaced by nutrients, and common sense by confusion. The result is what Michael Pollan calls the American paradox: The more we worry about nutrition, the less healthy we seem to become.-마이클 폴란 북리뷰 중에서

실제로 저도 건강한 식습관을 계획할때 어떤 음식이 내 속을 편하게 하는지, 우리 엄마는 어떤 음식을 해주었는지, 한국 사람은 어떤 식사법을 고수해왔는지에 관한 ‘푸드 문화 (Food Culture)’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음식과 식사법이 어떠한 ‘영양학’적 가치가 있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어야 그 영양소가 최적화되는지 등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우리는 어느 순간 ‘음식은 곧 영양소’라는 개념을 가지고 음식들을 ‘영양학’의 렌즈를 통해서만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What is Nutritionism?

Nutritionism은 직역하자면 영양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영양학적 가치를 우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영양만능주의’라고 저는 해석해 보았습니다. Nutritionism(영양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식단에서 개별 식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확인 된 식품의 영양소라고 가정하는 패러다임이라고 합니다. 즉 식품의 영양가는 개별 영양소, 비타민 및 기타 구성 요소의 총합이라는 생각이지요. 우리는 한 음식을 말할때 탄수화물, 단백질, 오메가 3, 식이섬유, 항산화물질, 미네랄 등 수많은 화학적 영양단위를 말하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음식의 영양학적 개념은 100년 전만해도 일반 사람들은 잘 몰랐던 개념이었지요. 올리브유하면 불포화지방이 떠오르고, 콩하면 렉틴이 떠오르며, 브로콜리 하면 설포라반이 떠오르듯이 고유의 음식은 없어져가고 영양학적인 이름표만 생각나는 현대 음식 세계입니다. 마이클 폴란은 이러한 영양주의가 우리의 음식 문화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양주의의 한계점과 그 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Nutritionism의 한계점

모든 음식을 영양학적으로만 해석한다.

영양주의에서는 음식을 이해하는 주요 단위가 ‘영양소’입니다. 이 음식에 담긴 영양소가 우리의 건강에 이점이 될 것인지 해로울 것인지에 중점을 맞춥니다. 음식이 담긴 영양소의 합이 모든 음식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사람들을 인식하게 끔 만드는 것이지요.

영양학자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게 된다.

영양소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브로콜리가 건강에 좋은 여러가지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를 가지고 있다 하여도 우리는 눈으로 이를 확인할 수 없어요. 다만 과학자 또는 영양학자들이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우리는 믿을 뿐입니다. 이는 지나친 연구 결과에 의존을 야기하기 때문에 종교와 같이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하고 해석이 다르기도 합니다. 맹목적으로 믿기에는 아직 영양학은 더 발전할 부분이 많은데도 말이죠.

음식을 ‘나쁜 영양소’ 그리고 ‘좋은 영양소’으로 이분화 한다.

영양주의는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명확히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게 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에 포화지방은 절대적인 나쁜 영양소였지요. 그러다가 트랜스 지방이 아주 나쁜 예로 떠올랐고 최근에는 오메가 6 지방산이 그 나쁜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식이섬유는 항상 좋기만한 영양소였어요. 식이섬유가 들어있다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인식되어 사람들이 열광했지요. 그 밖에 비타민, 오메가 3도 무조건 칭송을 받은 좋은 영양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좋고 나쁜 영양소의 가이드라인을 맞춰 우리의 음식문화 경험을 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어요.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건강’만을 목표로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은 중요하지만, 우리는 ‘건강’만을 위해서 음식을 섭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하여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것이 모든 음식 섭취의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었던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어요. 어떠한 민족은 종교적인 이유로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어떠한 사람은 ‘문화’를 경험하기 위하여 식사를 하기도 하지요. 공동체를 위하여 음식을 먹기도 하고 또한 단순한 ‘쾌락’을 위해서 먹을 수 도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하여 음식을 먹기도 하고 또는 자연과 교감하기 위하여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를 두고도 하나의 이유, ‘건강’을 위해서만 음식을 먹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양소 섭취, 그 이상의 식사

영양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을려고 하면 할수록 많은 어려움을 만나곤 합니다. 연구되어진 많은 영양학적 사실이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또 건강해지는 것은 좋은 영양소의 섭취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먹느냐 등의 다른 요소로도 많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폴란이 강조했던 ‘영양주의’의 한계점을 보면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식사라는 경험을 너무 영양학적으로만 해석하기보다 다양하고 균형있는 시각을 가지고 식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참고자료] https://youtu.be/dUEgN2hBvG0

https://michaelpollan.com/books/in-defense-of-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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